닥터앙쥬 전문가 Q&A

Parenting 모래놀이를 극혐하는 아이, 결벽증인가요?

입에 묻은 거 닦아준다 하면 싫다고 도망 다니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조금만 더러워도 참지 못하는 아이라면? 단순히 깔끔한 성격인 건지, 결벽증인지 고민된다는 부모들을 위해 결벽증의 원인부터 해결 솔루션까지 정리했다.

 

결벽증일까 아닐까?

요즘 같은 시국엔 손 씻기를 비롯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아이가 지나치게 깔끔을 떨면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된다. 옷에 조금만 뭐가 묻어도 갈아입혀달라거나 입 주변에 음식이 묻는 걸 참지 못하고 모래나 점토가 몸에 닿으면 질색하거나 손에 크레파스나 물감이 묻을라치면 씻으러 가는 등 맘카페에서는 아이가 유별나게 깔끔해 결벽증이 아닐까 고민이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벽증은 여러 강박 형태 중 청결 강박증과 같은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설 때 병적 증상으로 간주한다. 병적 증상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주관적인 괴로움이 동반될 때와 기능이 저하될 때로 따져본다.
예를 들어 단순히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깔끔하게 정돈된 것에 대해 쾌적함을 느끼며, 설령 그렇지 못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벽증을 앓고 있다면 깨끗하지 않을 때 몹시 불안해하고, 깔끔 떠는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기 힘들어한다. 이미 깨끗해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청결을 추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마음 편히 보내지 못한다.
유난히 집착하는 대상은 개인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먼지에 대해, 또 어떤 아이는 몸의 청결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외에는 의외로 깔끔하지 않다. 오히려 결벽증이 아닌 그냥 깔끔한 성격일 때 여러 분야에서 청결을 유지하는 행동을 보인다.

유아 결벽증은 드물다

병적인 결벽증은 대개 청소년기에 생겨나는 경우가 많으며, 평균 발병 연령은 20세 전후다. 전체 인구의 2~3% 정도에서 발생하는데 만 10~11세 아이의 경우 0.3%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평균 발병 연령도 만 9세로 여아의 만 11세에 비해 빠르지만 그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위생이나 감염의 개념이 생기는 연령은 만 7~8세로 이 정도 나이는 되어야 결벽증 진단과 치료를 받게 되며, 이보다 어린 경우 결벽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깔끔한 것이 더 좋고 편한 것이지, 불안해 하면서 씻거나 정리정돈을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병적인 결벽증이 아니라고 아이의 청결 집착을 방관해선 안된다. 소아기에 발병하는 결벽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어른이 돼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앓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의 20~40%는 치료를 받아도 변화가 없거나 악화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적 경로를 밟기도 한다.

 

부모의 양육 태도 때문?

아이가 유난스럽게 청결을 따진다면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벽증이 생기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부모의 양육 태도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평소 부모가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하거나 아이의 행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면 아이는 실수하지 않을까 늘 불안해하고 이로 인해 결벽증이 발생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결벽증 환자의 일차 가족 중 35%가 동일한 질병을 갖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만약 아이가 스스로 멈추려 해도 잘 멈추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자꾸 손을 씻으라고 강요하거나 자신의 물건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깔끔쟁이를 위한 4단계 솔루션

Step 1. 안심시키기
깔끔 떠는 아이에게는 안심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깨끗하지 않다고 병에 걸리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하고, 나쁜 병균이 몸에 들어와도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Step 2. 노출과 반응 억제 기법
일단 아이가 안심했다면 서서히 덜 깨끗한 환경에 노출시켜본다. 예를 들어 특정 물건을 만진 다음 손 씻는 것을 참게 하는 것. 이때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연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Step 3. 탈감각 기법
깨끗이 치우지 않은 방을 지켜보게 한다. 지저분한 것에 신경 쓰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Step 4. 홍수법
일부러 갯벌에 뒹굴게 하면서 엄청난 더러움을 경험하도록 하는 방법. 아이가 공포심이 심해 못 견뎌 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유별남’ 벗어나는 놀이 추천
손에 무언가를 묻히는 놀이가 도움이 된다. 찰흙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물감으로 색칠하거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해보는 것. 손에 뭔가 묻어도 완성하는 즐거움을 통해 극복해보는 것이다. 단, 아이가 힘들어하면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도 추천한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이나 그네 등을 타게 하면 별로 깨끗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은 채 놀이에 몰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증상이 완화된다.

Adviser
손석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현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등을 집필하고 강연과 언론매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호제] 2020년 앙쥬 7월호
진행 강지수(프리랜서) 이은선(프리랜서) 포토그래퍼 김현철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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