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앙쥬 전문가 Q&A

Mom·Dad 애착도 대물림되나요?

어린 시절 부모와 쌓았던 애착은 내 아이를 대할 때 고스란히 드러난다. 긍정적인 애착이라면 다행이지만 불안정한 애착으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까지 튀어나올 수도 있다 . 불안정한 애착, 꼭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걸까?

 

60% 이상이 애착을 대물림한다

아이와의 애착이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아는 얘기일 것이다. 유아기에 맺은 애착 관계는 워낙 강력해서 일생에 걸쳐 대인관계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이 애착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와 맺은 애착의 영향을 받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부모와 맺은 애착 유형에 따라 아이를 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경우 아이와도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만, 불안정 애착인 경우 아이와도 불안정 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애착의 대물림’ ‘애착의 세대 전달’이라고 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부모와 맺은 애착 유형이 아이와의 애착 유형과 일치할 비율은 60~80%에 이른다고 한다. 즉 60~80%의 부모가 자신의 애착을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어릴 적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학습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형성된 부모의 ‘정신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 어른이 된 후에도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대개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나오므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만 부모의 양육 방식과 다르게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한다면 마음속의 부정적인 작동 모형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놓여 있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애착,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부정적인 경우 대인관계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고, 애착 관계가 긍정적이라면 타인과 관계가 긍정적으로 맺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린 시절 형성된 애착이 자라면서 여러 경험, 즉 환경적인 영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존경할 만한 선생님과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맺으면 선생님의 긍정적인 ‘정신적 표상’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며 사고, 정서, 행동 등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배우자의 긍정적인 ‘정신적 표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아 애착의 질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나의 애착 유형부터 파악하라

자신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고 인정하고 성찰하며 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인의 애착은 크게 네 유형으로 나뉜다.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기억과 부모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해보자.

자율형 부모의 장단점을 잘 말할 수 있고, 어릴 적 부모의 모습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다. 부모와의 경험을 잘 떠올릴 수 있고 긍정적인 기억이 훨씬 더 많다. 이 경우 아이와 안정 애착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망각형 부모에 대한 기억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 부모가 무척 바빴거나, 어린 자신을 감정적으로 잘 보듬어주지 못했거나, 부모와 대화가 별로 없었던 경우다. 부모가 나에게 별 관심이 없었듯이 나도 부모에게 별 관심이 없다. 이 경우 아이는 불안정 회피 애착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몰두형 어린 시절 부모와의 경험을 떠올릴 때 특정 행동이나 시점에 사로잡힌다. 부모가 자신을 심하게 혼내고 야단쳤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경우, 혹은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했거나 과잉보호하는 등의 기억이 대부분이라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남아 있다. 이 경우 아이는 불안정 저항 애착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미해결형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받은 경우다. 늘 야단맞고 벌을 받거나 맞았다면 부모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부모가 언제 어떻게 학대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시점의 왜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의 부모를 볼 때마다 과거의 부모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 경우 아이는 혼돈 애착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 다르게 양육 행동 설정하기

불안정한 애착을 대물림하지 않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어릴 적 부모의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때 느꼈던 슬픔, 불안, 분노, 무서움 등의 감정 반응도 함께 떠올린다. 사실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괴롭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의 입장이나 감정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 자신의 양육 행동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어릴 적 부모에게 “엄마 귀찮게 하지 말고 네가 좀 알아서 해”라는 말을 들었던 망각형이라면, “엄마가 도와줄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해줄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너 엄마 말 안 들었으니까 크게 혼나야겠다”라는 말을 들었던 몰두형이라면, 아이에게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니까 고쳐나가자. 엄마 말 좀 들어 봐”라고 말해줄 것을 다짐한다. 이렇게 설정하고 실천한다면 어린 시절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는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어린 시절의 부모와 다르게 긍정적인 양육 행동으로 아이가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 어릴 적 상처가 치유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아이의 편안하고 웃는 모습에 부모로서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불편하고 괴로웠던 기억은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Adviser
손석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현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등을 집필하 고 강연과 언론매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호제] 2020년 앙쥬 5월호
진행 강지수(프리랜서) 이은선(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진혜미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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