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앙쥬

앙쥬가 만난 사람정서적 풍요가 아이를 부자로 만든다

유아기의 안정적인 애착은 아이 인생을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최성애 교수는 물질적 풍요보다 정서적 풍요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와의 긴밀한 애착을 경험한 아이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세상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

세상을 살아갈 아이에게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아이의 정서적 금고가 마르 지 않고 스스로 샘솟게 하는 것이다. 물고 태어난 숟가락 색을 토대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이야기하는 일명 수저계급론. 자식을 뒷받침해주는 부모의 능력에 따라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뉜다고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부모의 부가 아니다. 세계적 인 심리 치유 전문가이자 HD행복연구소 및 HD가족클리닉 소장을 맡고 있는 최성애 교수 는 ‘돈’보다도 중요한 ‘정서적 금수저’야말로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밑천 이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측면에서 흙수저와 금수저를 나눴지만, 사실 정서에서도 흙수저와 금수저가 있어요. 마음의 허기와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야말로 ‘정 서적 흙수저’인 거죠.” 정서적 흙수저와 금수저를 결정짓는 건 ‘애착 형성’ 여부다. 애착 형성은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달려와주고 온전히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과 신뢰가 충 만한 상태를 말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도 떨어지고 사람과 소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반대로 부모의 충분한 보살핌과 지지를 받으며 안정된 애착 속에 자라난 아이들은 밝고 긍정적이며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심리적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위험성

최 교수는 육아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애착을 형성하거나 관계를 맺는 것은 심리적 뿌리를 내리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의 돌봄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유아들은 울음이나 미소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요. 이때 아이의 표현에 즉각 반응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강한 애착이 형성되지만,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못하 면 심리적 줄기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해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어요.”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부모가 적절하게 반응하거나 대답하지 못하면 아이는 이를 거부 사인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민감해질뿐 아니라 낮은 자존감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애착 형성이 안 된 아이는 정서적 안정을 지탱해줄 뿌리가 없기 때문에 세상과 만났을 때 많은 풍파에 흔들리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부모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거부당하고 상처를 입으면 아이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낮아지고 불신, 불안, 두려움 등 부적정인 감정이 생기게 돼요. 안타깝게도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에도 부모와의 관계가 순탄치 못하고 인생 전 과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죠.” 무서운 점은 애착의 손실을 경험한 상처와 갈등이 성장 과정에서 어느 시기에 어떤 모습으로 발현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불안정한 심리는 기질과 환경, 유전적인 요소가 복합되어 나타나고 단 하나의 증 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공허감과 낮은 자존감이 우울증으로 발현되기도 하고,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집착이나 폭력으 로 연결될 수 있다. 학교 폭력, 왕따,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등등 사회적 문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릴 적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음을 쉽 게 파악할 수 있다. “부모로부터 애착 형성이 부족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물려받은 아이가 부모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 적 있나요? 부모의 사랑을 못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이 부모가 되어도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몰라요. 자신 또한 부모에게 부정적인 감정만 물려받았기 때문이죠. 훗날 자신의 자녀에게도 똑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애착 손실의 굴레를 끊는 것이 중요해요.”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최성애·조벽 공저, 해냄)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아이의 전 생애에 걸쳐 ‘정서’와 ‘인간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성공이 최우선 가치가 된 대한민국에서는 안정된 애착 형성만이 경제적 성공을 넘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0여 년간의 현장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애착 양육의 중요성과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다.

애착 형성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최근 육아정책연구소가 20~50대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덕목으로 ‘경 제력’으로 꼽고 있다. 최성애 교수는 잘 먹이고 잘 입히고 값비싼 경험 을 하게 하고 좋은 교육을 받게 하지만, 정작 필요한 애착 형성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의 행복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는 현대의 많은 부모들이 부모의 기본 역할인 양육과 보호, 지도 등을 어린이집과 도우미, 학원, 스마트폰에 맡기는 실정이에요. 이는 육아를 ‘외주’ 맡기는 것과 같아 요. 무조건 육아 외주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를 위한 많은 교육과 육아 외주는 아이와의 애착이 완벽하게 형성된 이후에 이루어져도 전혀 늦지 않아요.” 단단하게 형성된 애착은 아이에게 ‘기본 신뢰감’을 준다. 신뢰감이 있 으면 세상을 안전하다고 느끼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탐색의 욕 구가 생겨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진다. 또한 세상에 상처받거나 두려운 상황이 닥쳐도 긍정적이고 탄력적인 생각과 사고를 하게 해준다. 늘어나는 맞벌이 부부와 해체 가정, 이런저런 이유로 영유아기 아이들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결과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먹고살기 바쁜 현실 때문에 많은 부모가 아이를 타인의 손에 맡긴 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이의 시간에 ‘나중’이란 단어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아이가 부모를 찾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즉각적으로 반응해주세요. 애착은 엄마 아빠만이 아니라 아기를 돌봐주며 아기와 상호작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의 사이에서도 형성될 수 있으니 애착 형성의 골든타임을 놓치 지 마세요.”

정서적 지지가 애착 손상을 복구한다

손상된 애착을 되돌릴 방법 또한 충분히 있다. 마음도 근육과 같아서 꾸준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기에 형성되지 않은 애착을 되돌리기 위한 첫걸음은 내 아이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아이가 불안해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아이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동기 아이들은 안아달라, 놀아달라, 무언가를 사달라고 하는 등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욕구를 표현해요. 요구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아기 때보다 구체적이죠. 아이가 이야기하는 상황과 상태 를 파악하고 아이를 우선시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해주세요. 단, 다정하고 지속적이며 일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아이들의 애착은 자신에게 섬세하게 반응하는 양육자와 형성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정서적 지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함께 놀아주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이때 양육자도 진심으로 즐거운 감정을 느껴야 한다. 한쪽만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즐거워하고 서로 다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즐겁게 한바탕 놀다 보면 그 안에서 애착이 무르익는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행복해야 올바른 양육이지, 한 사람이라도 불편하다면 잘못된 양육인 것이다.

모든 우선순위는 아이에게 있어야 한다

최성애 교수는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를 통해 애착은 사랑의 시작이고 애착의 결과는 행복이라는 메 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에게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그 한 사람이 엄마든 아빠든 조부모든, 그 누구든 간에 아이의 주 양육자가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사랑을 줄 수 있다면 아이와 의 애착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다. 애착 형성이 잘된 아이들은 자신감이 충만한 삶을 살 것이고 어떤 인생의 역경을 만나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처 회복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부모는 애착 형성을 위한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누려야 한다. 최성애 교수는 수많은 자녀교육서를 집필했지만 육아서적을 보는 시간보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늘 릴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무언가가 부족하면 공부를 하고 노련하게 할 수 있는 경지가 되도록 계속해서 연마하죠. 부모가 되는 것에도 공부가 필요해요. 그런데 그 공부는 아이로부터 시작되어야 해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믿음과 신뢰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신호를 보내거든요.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시간을 늘리고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다 보면 부모를 향한 믿음과 신뢰가 가득한 아이의 눈빛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프로젝트 [호제] 2018년 앙쥬 3월호
에디터 글 이혜진(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이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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